2006년 2월 6일 월요일

[trip]혼자 떠나는 제주 여행 - 1일

2005년 여름 전역전 휴가로 다녀온 제주도 여행기입니다.
홈페이지와 쁘리띠의 여행 플래닛에 올렸는데 소중한 추억이라 옮겨놓습니다.
귀차니즘으로 사진은 몰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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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7일 오후 5시 서울역, 6월 8일 오전 8시 15분 목포행 KTX행 기차를 끊었다.

아직 삼성전자서비스, LG화학 입사지원서도 작성을 못마쳤는데..

책.. 아니 지도라도 한번 더 봐야 하지 않을까..

간부독서 요약집 편집도 안끝났는데..

신세계 백화점 면접은 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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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전부터 여행책, 역사책 그리고 지도도 사고 인터넷 여행 카페 가입하고 호텔까지 예약하는 등..  

나름대로 준비를 해보려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막바지에 이르면 결국 허둥지둥.. 시간에 쫓긴다.

며칠정도 시간을 갖고서 공부도 하고 계획도 차근히 세우려 했으나

혼자서 떠나는 여행, 그정도면 충분히 준비했다. 그냥 가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지 않던가..

그래도 못내 마치지 못한 일들을 생각하면서 늦은 밤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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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반, 허리가방을 찾는다며 내방, 안방, 옥상방을 뒤집는다.

운좋게 장농 구석에서 10년전 구겨 넣었던 가방을 찾았다. 어제 찾아 놓으면 좀 좋아.. ㅡㅡ;;

배낭, 삼각대, 카메라, 허리가방.. 꽤.. 아니 무지 무겁다..

엄마는 내 뒷모습만 봐도 한숨이 나온단다. 이걸 매고서 어딜 다니겠냐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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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까지 택시타고 청량리역 입구에서 점심으로 먹을 김밥을 사고서 서울역으로 간다.

삼각대를 가방위에 얹어 놓아서 좁은 지하철안에서 눈총을 받는다. 죄송합니다.. ㅡㅡ;;

서울역이다. 나름대로 일찍 출발했는데 역시나 빠듯하다.

플랫폼에는 내가 타야할 광명행 KTX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반갑다!!





프랑스 TGV가 그 전신이라는 KTX.. 실내 풍경은 비슷하지만 (일반석 기준으로)좌석도 더 넓고 쾌적한게(어찌보면 당연한듯..)

2003년 1월에 탔던 그 TGV보다는 훨 나은듯 했다. 속도를 낼 만 하면 멈추는게 조금 불만이였지만 그래도 빠르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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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 광명역까지 가서, 광명역에서 8시 40분 기차로 환승을 해야 했다.

직행이 있으면 좋을 것을.. 다행히 올해 7월부터는 "서울-목포 KTX & 목포-제주 훼리호" 패키지가 생겨서

7만원이면 왕복할수 있다고 하니.. 학생들이 이용하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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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지 졸음이 밀려온다. 청량리역에서 샀던 김밥을 꺼내 하나씩 먹으니 잠이 깬다. 역시.. 단순하다.

차창 밖으로 지나는 풍경이 참 좋다. 밝은 햇살, 맑은 날씨 그리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  ㅡㅡ;;

모내기를 끝낸지 얼마 되지 않은 논에는 물기 가득 머금은 논 바닥은 마치 거울처럼 반짝 거리고

방금 깍은 중학생 머리 마냥 반듯한 연두색 모종판이 다소곳이 논두렁에 앉아있다.

이젠 제법 녹색 기운을 내뿜는 나무들이 햇살을 한 줄기라도 놓칠 세라 두 팔을 힘껏 벌린다.

참 청명한 초여름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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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를 훌쩍 넘어 12시가 다되어 갈때쯤.. 목포역에 도착했다.

택시 기사 아저씨들이 땅끝 마을 가냐.. 어디 어디 가자.. 시며 부른다.

기차역 앞 육교 건너 버스 정거장에서 1번 버스를 타고 여객 터미널로 갔다.

근데.. 제주도는 "국제"여객 터미널이란다.. 걸어서 10분이면 충분한 거리다. 괜찮다.. 다른 분들은 주의 하시길 바랍니다.

목포에서 제주 배는 오전 9시와 오후 3시 두번 뿐이다. 휴..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동안 지도를 보면서 다시 한번 고민에 빠진다.. 여기를 갈까.. 저기를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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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시 반, 배에 오른다. 제주도 도착 예정시간은 저녁 8시..

3등석 표를 끊었기 때문에 평상에 그냥 앉거나 누워있으면 되나 그냥 바다가 보고 싶어서 선상으로 나와 있었다.





수학여행온 고등학생들이 조금 시끄러웠지만.. 덕분에 심심치는 않았다.  ^^

뿌~ 뿌~ 힘찬 뱃고동 소리와 함께 출발이다..

소금기운이 느껴지는 바람이였지만 참 오랜만에 맡아보는 바다향이라 그냥 객실에만 있고 싶지는 않았다.








어느덧 배위에서 해가 뉘엇 뉘엇 지는데.. 아직 제주도는 멀었나.. 바닷바람이 제법 쌀쌀하게 느껴진다.





저녁 7시를 훌쩍 넘긴 시간, 제주항이 멀리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 제주도..

8시가 다 되어서 배는 항구에 닻을 내렸다. 이미 하늘은 어두워졌고 배는 고파만 갔다.





항구에 내려서 보니 주변에는 상가도 없고 무슨 공단 분위기가 풍기는게 조금은 삭막했다.

수요예배를 드려야 하기 때문에 무작정 교회를 찾아 길을 나섰는데 1분도 지나지 않아

뒤편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학생~ 방 잡았어요?" 택시기사 아저씨였다.

원래 호객꾼 있는 곳에는 가지 않는다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갖고 있었으나

주변 분위기를 보아하니 교회도 식당도 숙박시설도 안보여서 일단 택시에 올랐다.

항구지역을 나와 관덕정근처에 00 호텔에 내렸다. 숙박비가 3만원이란다. 컥.. 이다.

그냥 나오기도 웃기고 사실.. 일반적인 가격도 모르는 상태였기때문에 그냥 돈을 냈다.

여행 준비를 잘 해야 한다는 수업료라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생각하면 참 아깝다.

그리고 가까운 교회에서 늦었지만 수요예배를 드리고 나오는데

한 노(老)권사님께서 제주 지역은 시내에서 시내, 시내에서 시외는 버스가 있지만

시외에서 시외는 교통편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전거가 나을거라며 자전거집을 직접 소개시켜 주겠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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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가 넘은 시간이라  폐장 직전이였는데 마지막 손님으로 빌릴 수 있었다.

자전거 상태를 확인하고 몇가지 주의사항 그리고 고장발생시 확인요령등을 교육받고서

제주도 일주 코스중 위험지역이나 추천 코스등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내가 열흘에서 2주정도 다닐거라니까.. 7일 이상을 못넘긴다시면서 9일만 대여하라셨다.

결국.. 그 예상은 적중했다.. ㅡㅡ;;

친절한 설명과 안내의 감사표시로 수목원 엽서를 몇장 드리고나서 숙소로 돌아와 첫날의 여독을 풀었다.

내일부터 시작이다..


삶, 책, 사진 그리고 마케팅에 대한 즐거운 의사소통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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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혼자 떠나는 제주 여행 - 4일

2005년 여름 전역전 휴가로 다녀온 제주도 여행기입니다.
홈페이지와 쁘리띠의 여행 플래닛에 올렸는데 소중한 추억이라 옮겨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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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토요일)..

가파도에서 맞은 새벽.. 그리고 예배.. 목사님 내외분 그리고 나..  

땅끝에서 복음을 전하시는 두분의 앞길에 축복이 가득하길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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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 전에 잠깐 가파도를 둘러본다. 멀지 않은 곳에 마라도가 보인다.





오늘도 파도가 심상치 않다. 마라도에 가야하는데.. 갈수 있을까 걱정된다.

백사장도 없고 이렇다할 관광명소가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하루를 더 있을 필요는 없는데..

시간에 구애받는 여행은 아니지만.. 좀 그렇구만..









사모님께서 해변에서 걷어올린 돌미역을 아침상에 올려주셨다.

갑작스런 불청객에게 너무 극진히 대접해주셔서 죄송했다.

돌미역은 표면이 매끄럽지 않게 보이지만 씹을수록 바다맛이 난다. 원래 미역이 이런맛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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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파도가 얌전해진 덕분에 8시 반에 모슬포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시 도착한 모슬포항에서 어제 모델이 되주셨던 어부아저씨를 만났다.

"아직도 가파도 못갔소?"

"아니요. 어제 갔다가 오늘 마라도 갈려고 온거예요."

"그럼 잘 구경 하쇼"

"예~ 자리 많이 파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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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가는 배는 어제 탔던 그배다. 이번에도 배위에 올랐다.

가파도를 지나 마라도를 향하는 길.. 하늘과 바다가 점점 푸르게 변한다.

멀리서 마라도가 보인다.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가 보인다.





마라도는 섬전체가 천연기념물이지만 관광지답게 개발된듯했다. 잘 정리된 도로와 풀밭..





하늘이 정말 정말 파랗다. 바다 냄새가 없는 바람이 상쾌하게 분다.

푸른 하늘에 제비가 시원하게 날아 다닌다. 어디선 온걸까.. 이녀석들..

어린시절 동네에서 참 흔했는데 어느날부터인가 참 귀한 새가 되어 버렸다.





마라도엔 두개의 자장면 집이 있다.

한곳은 원조 해물자장면으로 특허 받은 집이란것을 내세우고

또 다른 한곳은 이창명씨가 김국진씨에게 배달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중에 한곳에서 해물 자장을 시켜서 한그릇 해치우고 섬을 한바퀴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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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남단에 있는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 전교생이 3명이라고 했던가..

가정집처럼 생겨서 그냥 상을 펴놓고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관광객들이 하도 많이 와서 그런지 학교 정문엔 수업시간중 출입금지 팻말이 붙여있다.

나중에 다시 오게되면 기다려서라도 한번 들려보고 싶다.





마라분교 아이들의 운동장..





국토 최남단비 앞에서 기념사진 한방!!





멀리 보이는 마라도 등대가 파란 하늘과 구름을 배경으로 서있다.

등대 앞에는 세계 유명 등대 조형물을 전시하고 있어서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늘도 좋고 구름도 좋고 바다도 좋고.. 다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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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에 있으면 무엇이든지 국토 최남단이 된다.

최남단 자장면집, 횟집, 학교, 카페, 교회..

문득 관광객들의 물품으로 만든 박물관을 세우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가 아니라 기념할 만한 가치가 있거나 기념하고 싶은 물건들을 모아서 전시하면

꽤 재미있는 박물관이 될듯 한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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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리된 마라도 일주도로(?)를 돌다보면 어느새 다시 출발 지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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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행 배가 오려면 아직도 한시간은 남았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송악산에서 오는 유람선을 타고 와서 한두시간 남짓 마라도에 머문다.

주변을 보니 그 많던 사람들이 한명도 없다.

문득 가슴한켠이 막혀있는 듯한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내나이 스물하고 일곱.. 대학 졸업.. 보름후엔 전역.. 그후엔 취업.. 결혼.. 육아.. 그리고.. 그리고..

피할수는 없다. 피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 괜시리 답답하고 한숨이 나온다.

동기녀석들은 지금쯤 취업준비한다면서 여기 저기 뛰어다닐텐데.. 난 지금 뭐하나..

이번 여행은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또 잡생각이 잡생각을 낳고 점점 빠져든다..

마라도까지 와서 현실에 눌려서 사는 내가 조금은 처량했다. 문득 소리라도 실컷 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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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쪽으로 내려가본다. 여기 저기 사람들이 쌓은 돌탑이 사이 좋게 서있다.

다시한번 주변을 둘러본다. 혹시 누가 있나.. 그리고 심호흡 한번 하고서 소리를 질렀다.

"짜장면 시키신 분~ 짜! 장! 면! 시! 키! 신! 분~~!!! "

고깃배 한척이 내 앞을 지나간다.

"아저씨가 시켰어요???"

"성권아~ 힘내라~ 힘내자~ 아자~!!!"

컥.. 목이 아프다.. 그래도 속은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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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모슬포로 돌아갈 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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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에서 다시 자전거 여행이 시작된다. 자전거가 참 오랜만에 달린다면서 속력을 낸다.

해안도로를 따라 송악산을 지나 산방산 방향으로 가다보면 하멜기념관을 만난다.

롯데월드 바이킹 같은 배 한척과 내부엔 당시 선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형들과 영상자료들이 전부다.

그리고 쌩뚱맞는 히딩크와 월드컵.. 참 돈아깝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행히 기념관 입장권으로 용머리 바위와 산방사를 둘러볼수 있는데 시간상 기념관 뒷편에 있는

용머리 바위만 둘러보기로 했다. 바람과 파도 그리고 바위가 만든 멋진 한폭의 병풍같은 용머리 바위..








다음에 오면 산방산에 꼭 올라서 용머리 바위가 정말 용머리처럼 생겼는지 확인해보고 싶다.





저녁시간이 다되어 갈무렵 안덕리에 도착했다. 눈앞엔 안덕고개와 안덕계곡이라는 팻말이 서있다.  

안덕고개는 난코스라고 자전거집 아저씨가 말해줬는데.. 오늘은 도저히 넘어갈 수 없을것 같다.

빨리 숙소를 찾아서 잠이나 자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길 건너편 붉은 십자가가 눈에 들어온다. 시간맞춰 나에게 교회를 보여주시는게..

마치 광야에서 이스라엘 민족에게 끼니때마다 하나님께서 맛나와 매추라기를 보내주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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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은 자갈로 깔려있고 주변엔 야자수가 심겨진 교회..

다행히 목사님께서 계셨고 혼자서 여행하는 청년에게 방을 주셨다.

교육관처럼 쓰는 독채건물에서 오늘 하루는 보내야 한다.

밀린 빨래도 하고 샤워도 하고 짐정리는 대충하고서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다.

오늘 저녁 메뉴는 뚝배기다. 그냥 뚝배기를 시켰는데.. 해물 뚝배기다.

다양한 해산물로 가득찬 뚝배기, 붉은 깍두기 그리고 밑반찬들 모두가 참 맛있었다.

배를 어루만지면서 후식으로는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서 다시 교회로 들어왔다.

목사님께는 비타 500 한박스를 감사선물로 드리고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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