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18일 금요일

박범신 작가가 꿈꾸는 존재의 나팔과 물의 세계

오늘 아침 6시 50분 한국능룰협회가 주관하는 최고경영자조찬회에 다녀왔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과 어색한 아침식사를 하면서

KDI 현정택 원장께서 최근 국내외 경제동향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에 따뜻한 실내 환경 덕분에 졸음을 견기기 어려웠습니다. ㅡㅡ;

두 번째 강사로 최근 '촐라체'라는 소설을 쓰신 박범신 작가께서 나오셨습니다.

네이버에서 연재되는 동안 저는 '졸라체'로 읽으면서 '졸라맨'관련 내용인 줄 알았답니다. ㅜㅜ


예순을 넘긴 나이로는 볼 수 없는 동안(?)의 소유자이신 박범신 작가님은

출판사 사장의 강권에 못이겨 이자리를 나왔으며, 자기 소개에 나온 직함의 부질없음을 드러내면서

아침에 일어나는 사람이 이렇게 만다는 것을 놀랐다면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1. 등정주의 vs. 등로주의
등정주의는 어떤 높은 산을 오르는 행위 자체를 중요시 하지만,
등로주의는 어떤 경로로 등산했는 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과정을 중요시 하는 등로주의가 대세라고 합니다.

2. 추락자 vs. 추락목격자
등산을 하면서 추락을 경험한 사람 중에 생존자 중에서 많은 이들이 산으로 돌아간답니다.
하지만 추락을 목격한 사람은 대부분 산을 포기한다고 합니다,
추락을 하면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일종의 '황홀경'을 느끼는 반면,
그 현장을 목격한 사람을 '공포'를 경험하게 되는, 일종의 아이러니였습니다.

3. 당신에게 '촐라체'는 무엇인가?
'촐라체'는 만년설로 뒤덮힌 등정하기에 매우 어려운 산 중에 하나로
우리는 삶에서 자신만의 '촐라체'를 마주치게 마련입니다.
그 촐라체를 맞서서 올라야 하는게 삶이겠지요.  

4. 습관에 의한 삶 vs 존재의 삶
'청소를 하고서 소파에 앉았는데,
소파를 털었는지 기억나질 앓는다면 '청소하는 동안 죽어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름 진지한 부분이었는데, 사모님의 방귀소리를 '존재의 나팔소리'로 비유하는 부분은
압권이었습니다. ^^;

5. 결핍이 우리를 '불의 역사'로 살게했다.
어머니 나이 마흔에 태어난 박범신 작가님은 국민학교 때까지
어머니 젖을 먹었다고 하셨습니다. 단 한 번도 충분하지 않았던 '어머니의 젖'을
자신의 삶에서 느껴지는 '결핍'의 근원이라고 생각했다고 하시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결핍을 채우려고 '불'의 역사를 살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6. 이제는 '물의 역사'로 건너가야 한다.
물은 부드럽고, 수평을 이루며, 빈 곳을 채워줍니다.  
이제 우리는 '불'이 아니라 '물의 역사'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하면서 말씀을 마치셨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산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조금씩 아귀가 맞아들어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역시 교수이자 이사장이자 작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하루 종일 약간 비몽사몽이었지만 좋은 책도 받고,
귀한 강의도 듣게 되어 정말 즐거웠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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