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6일 월요일

[trip]혼자 떠나는 제주 여행 - 4일

2005년 여름 전역전 휴가로 다녀온 제주도 여행기입니다.
홈페이지와 쁘리띠의 여행 플래닛에 올렸는데 소중한 추억이라 옮겨놓습니다.
귀차니즘으로 사진은 몰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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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토요일)..

가파도에서 맞은 새벽.. 그리고 예배.. 목사님 내외분 그리고 나..  

땅끝에서 복음을 전하시는 두분의 앞길에 축복이 가득하길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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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 전에 잠깐 가파도를 둘러본다. 멀지 않은 곳에 마라도가 보인다.





오늘도 파도가 심상치 않다. 마라도에 가야하는데.. 갈수 있을까 걱정된다.

백사장도 없고 이렇다할 관광명소가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하루를 더 있을 필요는 없는데..

시간에 구애받는 여행은 아니지만.. 좀 그렇구만..









사모님께서 해변에서 걷어올린 돌미역을 아침상에 올려주셨다.

갑작스런 불청객에게 너무 극진히 대접해주셔서 죄송했다.

돌미역은 표면이 매끄럽지 않게 보이지만 씹을수록 바다맛이 난다. 원래 미역이 이런맛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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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파도가 얌전해진 덕분에 8시 반에 모슬포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시 도착한 모슬포항에서 어제 모델이 되주셨던 어부아저씨를 만났다.

"아직도 가파도 못갔소?"

"아니요. 어제 갔다가 오늘 마라도 갈려고 온거예요."

"그럼 잘 구경 하쇼"

"예~ 자리 많이 파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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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가는 배는 어제 탔던 그배다. 이번에도 배위에 올랐다.

가파도를 지나 마라도를 향하는 길.. 하늘과 바다가 점점 푸르게 변한다.

멀리서 마라도가 보인다.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가 보인다.





마라도는 섬전체가 천연기념물이지만 관광지답게 개발된듯했다. 잘 정리된 도로와 풀밭..





하늘이 정말 정말 파랗다. 바다 냄새가 없는 바람이 상쾌하게 분다.

푸른 하늘에 제비가 시원하게 날아 다닌다. 어디선 온걸까.. 이녀석들..

어린시절 동네에서 참 흔했는데 어느날부터인가 참 귀한 새가 되어 버렸다.





마라도엔 두개의 자장면 집이 있다.

한곳은 원조 해물자장면으로 특허 받은 집이란것을 내세우고

또 다른 한곳은 이창명씨가 김국진씨에게 배달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중에 한곳에서 해물 자장을 시켜서 한그릇 해치우고 섬을 한바퀴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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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남단에 있는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 전교생이 3명이라고 했던가..

가정집처럼 생겨서 그냥 상을 펴놓고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관광객들이 하도 많이 와서 그런지 학교 정문엔 수업시간중 출입금지 팻말이 붙여있다.

나중에 다시 오게되면 기다려서라도 한번 들려보고 싶다.





마라분교 아이들의 운동장..





국토 최남단비 앞에서 기념사진 한방!!





멀리 보이는 마라도 등대가 파란 하늘과 구름을 배경으로 서있다.

등대 앞에는 세계 유명 등대 조형물을 전시하고 있어서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늘도 좋고 구름도 좋고 바다도 좋고.. 다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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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에 있으면 무엇이든지 국토 최남단이 된다.

최남단 자장면집, 횟집, 학교, 카페, 교회..

문득 관광객들의 물품으로 만든 박물관을 세우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가 아니라 기념할 만한 가치가 있거나 기념하고 싶은 물건들을 모아서 전시하면

꽤 재미있는 박물관이 될듯 한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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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리된 마라도 일주도로(?)를 돌다보면 어느새 다시 출발 지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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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행 배가 오려면 아직도 한시간은 남았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송악산에서 오는 유람선을 타고 와서 한두시간 남짓 마라도에 머문다.

주변을 보니 그 많던 사람들이 한명도 없다.

문득 가슴한켠이 막혀있는 듯한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내나이 스물하고 일곱.. 대학 졸업.. 보름후엔 전역.. 그후엔 취업.. 결혼.. 육아.. 그리고.. 그리고..

피할수는 없다. 피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 괜시리 답답하고 한숨이 나온다.

동기녀석들은 지금쯤 취업준비한다면서 여기 저기 뛰어다닐텐데.. 난 지금 뭐하나..

이번 여행은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또 잡생각이 잡생각을 낳고 점점 빠져든다..

마라도까지 와서 현실에 눌려서 사는 내가 조금은 처량했다. 문득 소리라도 실컷 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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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쪽으로 내려가본다. 여기 저기 사람들이 쌓은 돌탑이 사이 좋게 서있다.

다시한번 주변을 둘러본다. 혹시 누가 있나.. 그리고 심호흡 한번 하고서 소리를 질렀다.

"짜장면 시키신 분~ 짜! 장! 면! 시! 키! 신! 분~~!!! "

고깃배 한척이 내 앞을 지나간다.

"아저씨가 시켰어요???"

"성권아~ 힘내라~ 힘내자~ 아자~!!!"

컥.. 목이 아프다.. 그래도 속은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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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모슬포로 돌아갈 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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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에서 다시 자전거 여행이 시작된다. 자전거가 참 오랜만에 달린다면서 속력을 낸다.

해안도로를 따라 송악산을 지나 산방산 방향으로 가다보면 하멜기념관을 만난다.

롯데월드 바이킹 같은 배 한척과 내부엔 당시 선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형들과 영상자료들이 전부다.

그리고 쌩뚱맞는 히딩크와 월드컵.. 참 돈아깝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행히 기념관 입장권으로 용머리 바위와 산방사를 둘러볼수 있는데 시간상 기념관 뒷편에 있는

용머리 바위만 둘러보기로 했다. 바람과 파도 그리고 바위가 만든 멋진 한폭의 병풍같은 용머리 바위..








다음에 오면 산방산에 꼭 올라서 용머리 바위가 정말 용머리처럼 생겼는지 확인해보고 싶다.





저녁시간이 다되어 갈무렵 안덕리에 도착했다. 눈앞엔 안덕고개와 안덕계곡이라는 팻말이 서있다.  

안덕고개는 난코스라고 자전거집 아저씨가 말해줬는데.. 오늘은 도저히 넘어갈 수 없을것 같다.

빨리 숙소를 찾아서 잠이나 자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길 건너편 붉은 십자가가 눈에 들어온다. 시간맞춰 나에게 교회를 보여주시는게..

마치 광야에서 이스라엘 민족에게 끼니때마다 하나님께서 맛나와 매추라기를 보내주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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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은 자갈로 깔려있고 주변엔 야자수가 심겨진 교회..

다행히 목사님께서 계셨고 혼자서 여행하는 청년에게 방을 주셨다.

교육관처럼 쓰는 독채건물에서 오늘 하루는 보내야 한다.

밀린 빨래도 하고 샤워도 하고 짐정리는 대충하고서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다.

오늘 저녁 메뉴는 뚝배기다. 그냥 뚝배기를 시켰는데.. 해물 뚝배기다.

다양한 해산물로 가득찬 뚝배기, 붉은 깍두기 그리고 밑반찬들 모두가 참 맛있었다.

배를 어루만지면서 후식으로는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서 다시 교회로 들어왔다.

목사님께는 비타 500 한박스를 감사선물로 드리고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든다.



삶, 책, 사진 그리고 마케팅에 대한 즐거운 의사소통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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