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6일 월요일

[trip]혼자 떠나는 제주 여행 - 7일

2005년 여름 전역전 휴가로 다녀온 제주도 여행기입니다.
홈페이지와 쁘리띠의 여행 플래닛에 올렸는데 소중한 추억이라 옮겨놓습니다.
귀차니즘으로 사진은 몰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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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화요일)..

오늘은 성산일출봉에서 일출을 보기 했다.

아직도 어둡기만 한 하늘이지만 구름만큼은 너무도 선명하게 보인다.

그래도 비가 안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성산봉 입구에서 정상까지 대략 20여분간 오르막길을 쉼없이 올랐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땀이 흐른다. 그래도 정상에서 여유롭게 쉬는게 맘이 편하다.

해가 뜨는 시간은 대략 5시 25분 전후가 될듯.. 아직 10분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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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구름이 자욱해진다. 바람따라 흘러가는 구름인데 어찌 이리도 끝이 없을까..

멀리서 계란 노른자만한 태양이 떠올랐다. 잠시 보였다가 또다시 구름속으로 숨어버린다.











이제 태양은 구름이 아닌 햇살속으로 그 모습을 감추고서 우리에게 눈부심을 안기고 있었다.

일출봉의 모습과 바다 그리고 태양은 참 평화로와 보였다.

서울에서도 포천에서도 매일 아침 보아왔던 태양인데.. 오늘따라 신비롭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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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올라왔던 길을 내려온다. 멀리 성산포항이 구름에 감싸여 아직까지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편의점에서 우동 한그릇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고 원택형님과 작별인사를 한다.

부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주역이 되시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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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달렸던 그길, 수산리로 되돌아간다. 1시간 반은 족히 걸리는 길.. 감귤밭 촬영을 위해서 다시 가고 있다.

8시가 넘어서 도착한 감귤밭 정문은 닫혀있었다. 9시가 넘어도 아주머니는 오시질 않고..

담넘어 감귤밭의 모습을 담고서 자전거 머리를 성산포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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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포에 도착해서 우도행 배표를 끊고서 출항을 기다린다.





제주도에 가기전에 많은 이로부터 추천을 받았던 우도..

자전거로 우도를 돌아보기로 했다. 우선 산호백사장부터 찾았다.

내눈엔 조금 하얗게 보일 뿐인데.. 아닌가.. 잘 모르겠다.


 


생각보다 꽤 큰 섬 우도, 1시간 남짓 자전거로 달려 우도 등대가 있는 쇠머리 오름 목장에 도착했다.

늘어진 뱃살같은 언덕 멀리 등대가 보인다. 올라갈 길을 보니.. 휴.. 한숨부터 먼저 나온다.


 


 


30여분동안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올라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등대에서 바라보는 우도의 모습은 그래도 나의 수고를 잊지 않는 듯 했다.

파란 하늘만 보였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은 이번 여행에서 정말 끊이지 않느다.


 


 


등대지기 아저씨 한분께서 관광객들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셨다.

아저씨께 등대와 등대지기에 대해서 몇가지 여쭤보고서 사진 한장 찍어도 되겠느냐니까

그동안 당신 사진을 너무 많이 찍어갔다면서 지겹다시며 거절하셨다.


 


쇠머리 오름 목장에는 아직 풍성해지지 않은 억새와 우도의 상징인 소들이 있었다.

내려오는 길, 저 멀리 해변가에서 추억을 만들고 있는 신혼부부 한쌍이 보인다.


 


딱 지금처럼만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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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에서 나와 다시 제주의 해안도로를 달리고 또 달린다.

구좌로 가는 길에 이름모를 해수욕장의 풍경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른 이들에게는 그냥 평범한 해수욕장일테지만(어쩌면 유명한 곳일 수도 있다)

나에겐 유난히 시선을 오래 두고 싶은 곳이였다.

마치 다른 이들이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맛집을 발견한 느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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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동기녀석이 제주 여행을 와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했다.

항상 부대에서만 얼굴을 마주치다가 이런 곳에서 보려니 신선하기도 하고

렌트카에 여자친구와 함께 있을 생각을 하니 부럽기도 했다.

우도를 다녀온다는 녀석의 시간계획에 따라서 나는 우선 비자림을 다녀오기로 했다.

태고적 모습을 담고 있는 비자나무 숲의 모습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도시아이로 성장한 나에게는 잠시 시골집에 있던 유년의 기억이 참 좋게 남았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해부터 자주 찾는 국립수목원이 난 참 좋다.

물론 자연과 함께 사는 삶에 대해서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도 감출수는 없지만..

누가 뭐래도 난 서울 촌놈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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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가 다되어 비자림에 도착했다. 산책로 입구에 들어서니 주변 모두, 하늘까지도 비자나무로 가득했다.

환타지나 중세 영화에 나오는 듯한 숲길이 한시간 정도 이어졌다.

가끔은 음산하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비자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기는 정말 상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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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산림욕을 마치고서 동기녀석을 만났다.

저녁식사 할 장소를 찾는다면서 녀석를 쫓아다니다가 1시간을 넘게 헤매였다.

결국 식사는 해물 뚝배기로 했다. 그리고서 녀석은 여자친구와 SM5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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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7시가 넘어 해가 뉘엇뉘엇 져가고 있었다.

주변 숙박업소는 보통 3만원이란다. 완전 컥이다.

그래서 제주시 방향으로 한번 가보기로 했다.

아까 식사할 장소를 찾으면서 민박집도 있고 교회도 봤기 때문에 우선 가보기로 했다.

그러나.. 완전 실수였다.. 너무 어둡다..

제주도는 시가지나 관광지가 아니면 가로등을 찾을 수가 없다.

게다가 내가 가야할 곳은 공사중인 도로였다.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가 불규칙적으로 나타났고 저절로 기도가 나왔다.

"하나님, 살려주세요.. 지켜주세요.. 도와주세요.. "

정말 이렇게 간절한 기도를 해봤던 적이 있었던가..

겨우 발견한 민박집은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다.

얼마를 더 달렸는지 모른다. 겨우 교회를 찾았다. 할렐루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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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는 어린이집 선생님만 계셨다. 선생님께서는 처음보는 여행객이 그다지 미덥지 못한듯했다.

게다가 사역자분도 아니시니 부담되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계셨다.

주변에 민박집이 없어서 어쩔수 없이 찾아왔다는 나에게 어린이집을 내어주셨다.

그동안 밀린 빨래도 하고 짐 정리도 다시 하고나니 벌써 11시가 넘었다. 오늘은 정말 힘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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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은 앞으로 내가 살면서 갚아야할 은혜가 많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삶, 책, 사진 그리고 마케팅에 대한 즐거운 의사소통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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