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6일 월요일

[trip]혼자 떠나는 제주 여행 - 8일

2005년 여름 전역전 휴가로 다녀온 제주도 여행기입니다.
홈페이지와 쁘리띠의 여행 플래닛에 올렸는데 소중한 추억이라 옮겨놓습니다.
귀차니즘으로 사진은 몰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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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일(수요일)..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녘에 일어났다. 예배를 드리는데 강도사님께서 나에게 어디서 왔냐신다.

어제 저녁에 길을 잃어 교회서 잤다니까 놀래시는 눈치다. 그리고 반갑다시면서 인사를 청하시는 강도사님..

아침식사는 며칠전에 사둔 건빵으로 대충 때우고서 물 한잔 먹고서 길을 나섰다.

어제 잠깐 지나쳤던 행원 풍력단지부터 시작이다.

바람, 돌, 여자가 많다는 3다(多)의 섬, 제주에 아주 적절한 아이템이다.

멀리서 보이는 풍력발전기의 모습은 꽤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생각보다 훨씬 큰 풍차가 빠른 속도로 돌아가고 있다.





다시 자전거는 앞으로 앞으로 간다. 이제 조금만 가면 제주시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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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자전거 대여점 아저씨의 경험이 적중했다. 아무리 많이 타고 온다고 해도 7일을 넘기지 못한다는..

조금씩 도로도 넓어지고 자동차도 많아지고 건물도 높아진다.

여행 한달전부터 제주역사기행을 읽고 제주시 지도를 보면서 준비하고 준비했는데

막상 떠나니 그동안 읽었던 내용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래도 여행을 다녀오고나서 다시 읽어봐야 할것같다.

제주박물관이 보인다. 그냥 지나칠까? 아니야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가봐야 하지 않을까??

피곤하다.. 그냥 가자.. 아니라니까.. 여기에 그냥 고생하러 왔냐? 게다가 햇볕도 뜨거워서 조금 쉬어야 한다니깐..





박물관은 특별히 관심분야가 있거나 사전지식이 없는 이들에게 조금 불친절하고 거만하다.

물론 공부하고 준비하지 않은 이에게 친절한 곳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만.. 그래도 박물관 완주(?)를 하고서 길을 나선다.

참고로, 국립제주박물관은 전국 대부분의 박물관이 그렇듯이 월요일에 휴관입니다.

햇볕.. 참.. 뜨겁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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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시외버스 터미널이다. 이곳에서 잠시 자전거를 보관소에 묶어놓고서 버스를 타고서 산굼부리행 버스를 타기로 했다.

표선행 버스는 매시간 10분, 28분, 50분에 있는데 이중에서 산굼부리행 버스는 28분 버스 뿐이다.

이게.. 얼마만에 타보는 버스냐.. 반갑다 버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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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굼부리는 화산이 폭발하여 폭발물이 쌓이지 않고 다분출되어 뻥뚫린 분화구로 형성된 폭렬공 기생화산으로 천연기념물이다.

이곳에 가면 제주 오름을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멀리 보이는 구름이.. 정말.. 원망스럽다..






산굼부리의 분화구 내부는 햇볕이 닿는 북쪽과 그렇지 않은 남쪽의 식물 서식분포가 확연히 다르다고 한다.  








산굼부리에서 내려오는 버스에서 운전기사 아저씨가 추천해준 목석원.. 정말.. 그 버스 좇아가서 아저씨한테 돈 물어달라고 할뻔했다.

나의 예술적 무지때문일 수도 있지만 돌과 나무만 있는 목석원.. 정말 이름에 충실한 곳이다.

그나마 사람들이 기념사진 찍는 이상하게 생긴 나무 두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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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석원에서 터미널까지 가는 길, 제주 시내 버스 업체들의 파업으로 170여대의 버스가 운행을 중단했다.

겨우 한개 회사만이 정상 운영을 했는데 덕분에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는 만원에 만원이였다.

게다가 하교시간과 맞아 떨어져서 버스는 터질것 같았다.

커다란 배낭, 삼각대, 카메라까지 매고 있는 나는 어찌 할바를 괴롭기만 했다.

다행히 어떤 여학생의 도움으로 삼각대 다리를 맡길 수 있었다.

갑자기 내 중학교시절 버스 안 풍경이 생각났다.

조그마한 중학생이 커다란 가방을 매고 서 있으면 자리에 앉아 가방을 받아주던 형, 누나들..

아가씨가 서있으면 갑자기 일어나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던 아저씨..

벌써 10년이 훨씬 넘었다니 내가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모르겠다.

버스에서 내릴 때 감사의 선물로 엽서를 드렸다. 완전 만병통치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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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복귀 계획을 조금 변경했다. 내일 아침일찍 한라산에 올라서 저녁 비행기로 집으로 것이다.

계획보다 이른 출발인데다 단체손님이 많은 시기여서 비행기 표 구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동기녀석 여자친구 덕분에 쉽게 비행기표를 예약받았다. 역시.. 동기가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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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시외터미널에서 자전거 대여점이 탑동 방향으로 자전거는 간다.

오랜만에 만난 아저씨가 참 반가웠다. 하이킹 완주 기념으로 완주증도 받고 별거 아닌 종이 한장에 기분은 꽤 업된다. ^^

대여점 아저씨 소개로 숙소도 싼 가격에 구하고 오늘 저녁은 제주에서 마지막 저녁이니 맛있게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까지 와서 회 한점 못먹고 가는게 한이 될 것 같았다.

혼자서 회 1인분 시킬 수가 없어서 꿩대신 닭으로 초밥을 선택했다. 스페셜 초밥 한접시에 아쉬움을 달래본다.

시내로 들어서니 여기가 제주인지 서울인지 잘 모르겠다. 지난 며칠간의 제주와도 너무 다르다.





제주 야경을 촬영할 만한 장소를 찾았는데 쉽지 않은 듯 해서 사진기를 들고서 이곳 저곳 돌아다녔다.

우연히 내눈에 들어온 '용마 수산 시장'이라는 간판은 나를 이끌었다.

관광지 제주가 아닌 제주 사람들이 살고 있는 제주를 촬영하고 싶었는데..

낮에 왔으면 꽤 재미있었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벌써 10시가 훌쩍 넘었다. 어여 자야한다. 내일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을, 그것도 난생 처음 자발적 등산을 해야 하니..

오늘은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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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책, 사진 그리고 마케팅에 대한 즐거운 의사소통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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