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6일 월요일

[trip]혼자 떠나는 제주 여행 - 5일

2005년 여름 전역전 휴가로 다녀온 제주도 여행기입니다.
홈페이지와 쁘리띠의 여행 플래닛에 올렸는데 소중한 추억이라 옮겨놓습니다.
귀차니즘으로 사진은 몰아서.. :)
---------------------------------------
------------------------------------------------------------------



6월 12일(일요일)..


아무리 피곤해도 새벽엔 어김없이 잠이 깬다. 부대에서 이렇게 일어났어야 하는데..

새벽예배를 드리고 짐을 챙기고 있는데 불편한 느낌에 대예배는 고개 넘어에서 드려야 할 듯싶었다.

아침식사는 어제 사둔 건빵이랑 우유로 대충 때우고서 길을 나선다.

다행히 볕이 따갑지 않은 오전에 고개를 넘어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넘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절대 쉬웠던 것은 아니다.. ^^;;

.
.

안덕 고개 넘어 중문가는 길..

야자수와 넓은 도록.. 조금씩 관광지역의 모습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중문관광단지 입구, 좌측엔 천제연 폭포 우측엔 컨벤션센터 방향이다.

처음엔 천제연 폭포를 들려서 중문지역을 한바퀴 돌아보려했는데

관광객을 위한 주일예배를 아프리카 박물관에서 드린다기에 방향을 바꾸어 컨벤션센터를 향했다.

그러나.. 이길은 하염없는 내리막이였다. 도저히 자전거로 돌아올 수 없다는 생각이.. 천제연은 포기다..

.
.

테디베어 박물관, 신라호텔, □△호텔, ◇☆호텔을 지나면서 이국적인 제주의 모습을 보았다.

여행 첫날 이후 내가 본 제주는 전형적인 한국의 모습이였는데.. 여기는 정말 외국 같구나..

그러나 이길이 아니였다.. ㅡㅡ;;

다시 오르막을 올라 컨벤션센터 뒷편에 있는 아프리카 박물관을 향했다.

제주제일교회가 주관하는 여행객을 위한 예배는 오붓하면서도 은혜로웠다.

특히 서로에게 축복하며 불러주었던 찬양은 아직도 내 입가에 맴돈다.

.
.

예배를 마치고 주상절리를 보러 컨벤션 센터를 향했다.  

정육각형 기둥 수백 수천개를 잘 맞춰서 쌓아놓은 듯한 주상절리의 모습은 정말 신기했다.








그외 볼거리도 많았지만 중문지역은 언덕이 많아 자전거로 여행하기엔 힘이 들어서 다음 여행의 숙제로 남겨 놓았다.

.
.

시간이 지날 수록 햇볕이 점점 따가워진다. 목이 마르고 배도 고파온다.

건빵을 두어개 먹어본다. 실수다. 목이 더 마르다. 입으로 숨쉴 때마다 건빵 부스러기가 내 얼굴을 때린다.

힘이 들때 이렇게 곧게 펼쳐진 오르막을 보면 정말 다리에 힘이 쪽 빠진다.





서귀포 지역에 들어서면서 감귤, 한라봉 판매점이 점점 많아 진다. 한박스 살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월드컵로를 지나 경기장으로 가는 길은 정말 힘이 들었다. 자전거를 타다가 내려서 끌다는 반복하는데 휴..

밭에서 새참에 탁주 한잔 드시는 아저씨 아주머니가 정겹게 보였다.

잠시 길가에 나와 있는 아저씨한테 감귤이랑 한라봉에 대해 여쭤보았다.

요즘은 하우스 밀감이 제철이고 한라봉은 저장된거라 신선도가 떨어지는 편이라고

가격은 거기가 거기니 아무곳이나 들어가서 사면 될거라 하셨다. 내일쯤이나 한두상자 사서 보내야 겠다.

끝없이 펼쳐졌던 오르막을 지나니 멀리 월드컵 경기장이 보인다.

.
.







경기장은 잘 지어놓은것 같은데.. 경기장 자체뿐만 아니라 내부 시설에 대한 활용도 면에서는 부족한 듯 싶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었으면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
.

다음 목적지는 천지연 폭포다. 햇볕이 점점 따가워지고 자전거를 밟는 속도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다.

"저기요~ 어디까지 가세요?"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뒤를 돌아보니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다. 천지연까지 간다니까 자기도 거기까지 가니까 같이 가자며 따라 붙는다.

중학교 3학년인 규혁이는 부모님과 중문에 놀러왔다가 자기는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집에서 버섯농장을 하신다기에 버섯농장 체험겸 하루 숙박을 부탁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조금 웃긴거 같아서 꾹 참았다.

대학생만 되었어도 어떻게 붙어볼려고 했는데.. ㅡㅡ;;

.
.

외돌개를 지나서 천지연 폭포로 가는 길은 급한 내리막길이라서 매우 위험했다.

그러나 우리의 겁없는 청소년은 마구 달리며 빨리 오라며 늙은이를 재촉했다.

규혁이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천지연 폭포에 도착했다.





폭포로 들어가는 길, 바위에 얼굴이 있다는데 내눈엔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도 많고 경치도 좋고.. 천지연 폭포의 모습은 더 좋았다.





폭포아래 호수에는 장어가 산다는데.. 그것도 잘 안 보인다. 아무래도 나이를 먹었나보다. ㅡ;;

규혁이에게는 보답으로 슬러시 한잔 사주고 우린 헤어졌다.

.
.

다시 혼자서 출발이다. 이젠 남원을 향해서 가자.

길가에 핀 꽃이 부드러운 햇살에 이쁘게 보여서 2차선 건너편에 삼각대 놓고 한장 찰칵!





남원 방향으로 가는 길, 남원까지는 못 갈듯 싶어 근처에 숙박시설을 찾아본다.

음.. 한군데도 없다.. 이를 어째.. 배가 고파서 더이상 갈 수도 없다.

근처 식당에서 순대몸국이라는 걸 먹었는데, '몸'이란 해초를 넣은 순대국밥이였다.

든든하게 한 그릇 해치우고 나니 피곤하고도 하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멀리 십자가가 보인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
.

혼자서 온 청년에게 목사님께서 감사하게도 중층을 내어주셨다.

짐 정리를 하고서 샤워를 하려고 했는데 마땅히 씻을 곳이 없어서

마을 입구에 있던 대중목욕탕에서 마지막 손님으로 운좋게 공짜 샤워만 하고 나왔다.

.
.

오랜만에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나니 잠이 솔솔 든다.

제주 일주 여행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서 가는 구나.

삶, 책, 사진 그리고 마케팅에 대한 즐거운 의사소통을 꿈꿉니다.  
앞으로 더욱 재미있어질 것 같은 블로그, ::sungkwon.net::을 구독하세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