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6일 월요일

[trip]혼자 떠나는 제주 여행 - 6일

2005년 여름 전역전 휴가로 다녀온 제주도 여행기입니다.
홈페이지와 쁘리띠의 여행 플래닛에 올렸는데 소중한 추억이라 옮겨놓습니다.
귀차니즘으로 사진은 몰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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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월요일)..

제주공기가 좋긴한가보다. 이렇게 달리고서 새벽에 일어나는데 무리가 없는걸 보면..

이렇게 공기 좋은 곳에서 평안하게 살고 싶은 생각은 꼭 늙은 사람이 아니여도 당연지사 드는 마음인듯하다.

하지만 우리네 현실은 알 수 없는 내일을 위해서 희생당하고 침묵해야 한다는게 조금은 안타깝다.

서울에 올라가면 오늘에 충실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지 하면서 지켜지지 못할 다짐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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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예배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교회앞 골목에 우유배달차가 보인다.

어제 저녁에 아침식사용으로 사두었던 햄버거와 함께 먹을 요량으로 배달아저씨께 다가가서

"아저씨, 우유 하나만 파시면 안되요?"라고 여쭤봤다.

아저씨께서 "저희는 이거 급식용으로 납품하기때문에 판매가 안되거든요."

그리고선 트럭뒤 냉장칸에서 우유 3개를 집어 주시면서 "그냥 드세요." 하신다.

한손에 다 받을 수도 없는 우유 3개를 덥썩 받아들고 감사하다는 말을 연신했다.





알지 못하는 이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이 얼마나 큰 감동을 주는지..

누군가를 도와줄수 있는 힘은 큰 돈과 능력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삶의 여유를 갖고서 살아야 겠다는 마음과 함께 패달을 밟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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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해가 뜰무렵 출발하기 때문에 새벽공기와 함께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이 이젠 익숙해지고 있었다.





이젠 여름이 무르익을 시기지만 새벽공기는 시원하고 상쾌하면서도 여름의 푸르름을 느끼게 해준다.

날이 더워지기 전에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조금씩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해안도로를 한참 달리고 있는데 멀리 해녀 아줌마(?) 할머니(?) 들께서 물질을 하고 계셨다.

태어나서 처음보는 광경이였기 때문에 길가에 멈추고 작업장으로 성큼 성큼 들어갔다.





연신 물속과 밖을 드나들면서 무언가를 바구니속에 넣은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인 듯해서 마음 한구석이 조금 애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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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인들에게 엽서를 보내는 날이다. 처음엔 사진을 촬영/인화해서 엽서처럼 보내려했는데

제주도에 디지털 인화를 할만한 곳이 없어서 포기하고 여행전에 준비했던 엽서에 몇글자 적어서 보내기로 했다.





남원의 아침은 소소한 풍경으로 가득찼다.

버스정류장에는 중고등학생의 어젯밤 이야기로 가득찼고 이따금씩 지나가는 할머니의 느린 걸음에 시원한 바람이 지나간다.

노란색 모자를 쓴 유치원생은 엄마 손을 놓칠새라 꼭 잡고서 어설픈 걸음으로 걷고

분홍색 치마입고 분홍색 가방을 맨채로 돌담을 지나는 초등학생 꼬마 숙녀의 발걸음이 가볍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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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자전거 속력도 느려지고있다.

오르 내림이 계속되는 해안도로에 울고 웃으며 자전거는 간다.

제주민속촌은 민속촌이라고 하기보다는 대장금 촬영장소가 더 어울릴만큼 온통 대장금이였다.

입장료가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 민속촌을 나오려는데 정문에서 사물놀이 공연이 시작되었다.














사물놀이 공연을 보면서 그 리듬에 흥겨울 때 나는 내가 정말 한국 사람이라는걸 느낀다.

하루 4회 - 11시 30분, 13시 30분, 15시 30분, 16시 30분 (수요일 제외)

정문, 토호가, 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공연은 정말 강력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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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점심시간이 다되어갔다. 오늘은 그동안 혹사당한 근육들에게 보답하는 의미에서 흑돼지를 먹기로 했다.

차림표를 보니 엊그제 봤던 식당보다 훨씬 비싸다. 게다가 1인분은 팔지도 않는다길래 고민하고 있었더니

1.5인분을 주문하라고 하셔서 그리했더니 2인분을 주셨다.

혼자서 다니면 비록 밥맛은 조금 떨어지지만 그래도 밥은 많이 먹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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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진 배를 쓰다듬으면서 길을 나선다. 이젠 추천 드라이브 코스였던 수산리 방향 '구실잣밤나무'이다.

내륙쪽이지만 며칠째 바다만 보았기 때문에 제주 말 그리고 오름도 볼수 있다고 하기에 진로를 수정했다.

수산리방향으로로 한시간쯤 가다보면 2차선 도로 양쪽으로 구실잣밤나무가 빼곡하게 끝없이 심어져 있는 길을 볼수 있다.








가을에 열매가 열리면 더 좋다는 이길은 자동차 드라이브 코스로는 참 좋을듯 하지만

갓길이 매우 좁아서 자전거로 다니기에는 조금 위험하다.

(※ 구실잣밤나무 - 쌍떡잎식물 참나무목 참나무과의 상록활엽 교목으로 바닷가 산기슭에 서식하며

6월에 꽃이 피고 다음해 10월에 달걀 모먕의 열매가 익는다. 제주, 전라도, 경상남도 일대에 분포한다.)

구실잣밤나무길을 지나면 시원한 제주 내륙의 풍경이 펼쳐지고 가끔씩 보이는 제주말 방목장이 정겹게 느껴진다.

여행책에는 이길을 지나면 오름을 볼수 있다고 했는데 날씨가 흐려서인지 사진에서 봤던 멋진 모습을 볼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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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에 성산일출봉에서 일출을 볼려면 오늘은 수산리를 지나 성산까지 가야한다.

흐린 날씨가 계속되서 조금은 걱정되지만 행운으로 점철된 나의 삶에 희망을 걸고서 달린다.

수산리를 중간쯤 지나면서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오늘 다녀온 곳과 내일 가야할 곳을 수첩에 적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감귤농장 아주머니(처음엔 우리 할머니처럼 보였다.)께서

나에게 음료수 한잔 마시고 가라시면서 이미 여러번 사용한 듯한 종이컵에 하귤도 직접 만드신 음료를 건네셨다.

아들 둘 모두 서울에서 직장, 대학생활을 한다는 아주머니께서는 나에게 어디서 왔냐, 왜 혼자 다니냐, 이것 저것 물어보셨다.

힘들겠다시면서 주스한잔 더 마시고 가라시는 아주머니가 참 고마웠다.

생각난 김에 하귤(여름에 나는 귤이라는데 자몽이랑 비슷하면서 조금 씁쓸하며 신맛이 난다) 2상자를 주문하고

아주머니께 제주도 사진찍으러 왔는데 여기 농장들이 모두 체험식 판매를 하고 있어서 촬영을 제대로 못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농장 정문에 있는 작은 쉼터에서 자고가도 되냐고 여쭤보니까 모기가 많다며 그냥 민박집에서 쉬었다가 내일 오라신다.

아들같은 사람이 사서 고생한다는걸 말리시는것 같아서 내일 꼭 오겠다고 말씀과 함께 인사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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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성산에 도착했다. 성산일출봉은 내일 다녀오면 되니까 우선 섭지코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뿌옇게 흐린 날씨에 올인하우스라는 박물관만 있어서 멀리서 대충 보고서 내려왔다.





자전거를 타고서 성산으로 가려는데 혼자서 앉아있는 한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보다 한살 많은 임원택 형은 하이닉스에 취업이 되서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직장생활전 마지막 여행중이라고 했다.

내일 성산봉에 오른다는 말에 자연스럽게 우리는 같이 주변 민박집 방을 쓰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후덥지근한 방에서 지난 여행 다녀온 이야기, 사는 이야기등을 했다.

일상의 탈출, 자기자신의 발견보다는 좀더 뻔뻔해 지고 돌아가자는 형님의 여행 목적은 인상적이였다.

그렇게 제주도에서의 여섯째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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