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26일 목요일

지하철에서 우산팔기 - 상품 vs. 가치

어느 여름날 출근길 지하철..

이른시간이라 모두들 한자리씩 차지하고서 고단한 아침을 쪽잠, 신문, PMP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보내고 있다.

갑자기 열린 통로문에서 한 아저씨가 나름 커다란 가방을 끌고서 들어왔다.

무가지의 최대 경쟁자라고 불리는 폐지수거 아저씨인가? 아무리 불황이라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젊고 외모도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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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중앙까지 뚜벅 뚜벅 걸어오더니 가방을 옆에 놓고서 헛기침을 한번 하고 인사를 꾸벅한다.

나는 정체가 뭘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께 3단 우산 하나 소개하려 왔습니다."

지하철 잡상인이 활동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 아닌가?

게다가 장마철에, 그것도 비가 올거라고 일기예보에서 지난 저녁부터 이야기 했던터..

왠만하면 다들 우산을 갖고 있을 텐데.. 차라리 젖을 때 갈아신을 스타킹이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오늘 우산을 깜빡하고 갖고 오지 않으신 분께는 팔고 싶지 않습니다."

머냐.. 이아저씨.. 점입가경이다. 타이밍이 안맞으면 핵심고객이라도 찾아야지.. 디마케팅인가?

"저는 단순히 비를 피하는 삼천원짜리 우산을 파는게 아닙니다."

그럼.. 뭔가요. 가제트 아저씨가 썼던 우산인가요? 아님 제임스 본드? 그것도 아니면 메리 포핀스?

"이 우산은 기회의 우산이며, 성공을 부르는 우산입니다.

오늘 이 우산을 구입하신 후에 책상서랍에 넣어두십시요. 그리고 때를 기다리세요."

쌩뚱맞음에 사기성을 토핑했다. 우산이 펀드냐, 다음 달이면 두개가 된다고 하겠구만..

"여러분의 상사 또는 마음에 두고 있던 직장 동료가 깜빡잊고 우산을 갖고 오지 않은 그날을 말입니다.

그때 여분의 이 우산을 스윽~ 하고 내미는 겁니다. 그냥 아무런 말도 없이 살짝 웃으면서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예전에 하나 더 사둔 겁니다. 혹시나 필요할 때가 있을까 해서요. 싼 거니까 부담없이 쓰세요.'

여러분이 유일하게 갖고 있는 우산을 희생하면서 직장상사 또는 동료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습니다.

지하철 역까지 같이 걸어가자면서 은근슬쩍 속보이는 작업을 걸 필요도 없습니다.

누구나 좋은 관계를 맺고 가야할 사람들이 있고, 소소하지만 소중한 경험을 공유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분으로부터 우산을 돌려받는 그날, 여러분은 보답의 커피 한잔 뿐 아니라 그이상의 뭔가를 받게 될 겁니다."

어느덧 사람들은.. 우산이 아니라 그 아저씨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정체가 뭘까.. 저아저씨.. 검은색 싸구려 3단 수동 우산이 우산으로 안보이는건 나 혼자만의 착시일까..

"우산 하나로 성공을 이룰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우산이 그 기회를 만들어 줄 수는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장마철, 태풍.. 가을장마.. 그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오늘 비를 피하려는 분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분께 이 우산을 삼천원에 드립니다. "

사람들은 어느새 지갑에서 천원짜리.. 만원짜리를 꺼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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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야기를 진짜라고 믿으시는 분이 계실까.. 그렇다면.. 진심으로 사과를.. ^^;;

지하철로 출퇴근 및 외근을 자주 했던 시절, (여전히 출퇴근은 유효!)

일반적인 물건을 신선하게 팔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만든 아이디어였다.

실제로 여러사람 앞에서 말을 하는 주변머리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에,

비디오 촬영/편집 기술을 활용한 짧은 드라마를 보여주면서 파는 방식도 고민했었다.

그외에도 자가발전 손전등을 배터리와 함께 '듀얼 전원공급식'으로 개조하여 국방부에 납품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실제로 손전등을 구입해서 분해까지 해봤던 기억이.. ^^;

이 모든 것을 직접 행동은 못했지만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것으로 나름의 소극적 실험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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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이 아니라 가치에 집중하는 방식, 공급자가 아니라 수용자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

고객의 다양한 필요와 욕구 그리고 수요가 산재한 시대에 어떻게 접근하고 어필할수 있을까..

기획과 마케팅이라는 기능에 집중하고 싶은 나로써는 계속 고민하고 실천(이걸 하란 말이다!)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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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시 돌아와서, 여러분이라면 이 우산 아니 기회를 사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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