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25일 일요일

잠시 백수가 되어 다녀온 홍콩! - 넷째날

홍콩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이다.

오늘은 기필코 태극권을 전수받으리! 하는 마음으로 벌떡 일어났다.

매일 아침 8시에 스타의 거리 근처에서는 태극권을 무료로 가르쳐 주고 있다.

약간 늦긴했지만 몽환적인 음악에 맞춰서 태극권을 배웠다. ㅋㅋ

강사 아저씨를 제외한 대부분은 관광객으로 개인차원에서 시작한건지 정부차원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홍콩스럽고 기억에 오래남는 추억을 준건 분명했다. ^^



기본강의는 위 사진에서 뒷면만 보이는 카키색 바지 흰 티셔츠를 입은 아저씨가 진행하시고

강의가 끝난 후에는 태극권 고수의 시범을 보여준다.

포스가.. 정말.. 대단.. ^^b



강의가 끝난 후에 이분과 사진을 찍었는데.. 특이한 자세를 집적 취해주셨다. 감사 감사!

홍콩에 여행을 가시거든 꼭 한번 들려볼 것을 강력추천하는 행사, 바로 태극권 무료강의~

아침부터 운동을 했더니 상당히 출출해졌다.

항상 무엇을 시키는지 모른 채 도박성 짙은 주문을 했던 나.. 아침 식사는 무엇일까..

마카로니 국 정도로 이름지을 수 있는 이 요리는 상당히 싱거웠다.

그러나 아이스티는 홍콩여행중 최고였다.



마카로니 국을 먹고 나서 계란 후라이와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앞자리에 합석한 분께 오늘이 마지막 여행인데, 어딜 가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그냥.. 여기.. 저기.. 대부분 이미 가본 곳인지라.. ㅠㅠ

다시 길을 나섰다.

오늘의 계획은 대략 이러하다.

홍콩 이공대학 -  - 구룡공원 수영장 -  몽콕 - 코즈웨이 베이 - 공항

여행중 가장 많이 지나다닌 구룡공원 입구.. 정말 사람도 많고.. 먹을 거리가 많았던 곳.. ^^




홍콩의 젊은이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면 한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에 홍콩 이공대학(香港理工大學)을 일정에 넣었다.

무엇보다 여행지가 아니라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홍콩 젊은이의 실생활을 조금은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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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간 식민지 생활로 영국의 영향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는데

그중에 몇가지를 소개하자면, 횡단보도 앞 "Look Right"와 쓰레기통을 표기하는 "Litter" 그리고

지하철역 방송의 "Mind the gap"이라는 멘트가 내가 홍콩에서 만난 영국의 모습이였다.



홍콩 이공대를 가던 중 교회를 발견해서 한번 들려보기로 했다.

성 요한 교회였는데, 이곳에서 우리 교회가 하고 있는 알파코스라는 교육프로그램이 진행중이였다.

상당히 반가운 마음에 사진 한방~ ^^

귀국 후에 목사님께 말씀드렸더니 꽤 흥미로워 하셨다.

세계적인 프로그램(킴블이라는 영국 목사님께서 개발하셨음)을 우리가 하고 있다면서 예배시간에도 언급을.. ㅡㅡ;




개신교 교회인데 분위기는 상당히 성당스러웠다. 내부 장식도 그랬고 외부는 더욱 그랬다.

무사히 귀국하도록 그리고 한국에서 이제 새로운 직장에 적응 잘 하도록

그리고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건강과 평안을 기도했다.







그리고 다시 이공대를 향해 떠났다. 은근히 멀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버스라도 타는건데.. ㅡㅡ;;

여행을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처음 와본 낯선 곳에서 어딘가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자주 질문을 하게된다.

이때 나름의 질문기술이 발달하게 된다. 적어도 내경우엔 그랬다.

예를 들어, 처음엔 "홍콩이공대 어디로 가야하나요?"라는 식으로 시작하지만

어느 건물을 지나서 왼쪽으로 도세요. 라고 답하면

"그 건물은 어떤 색인가요, 몇층인가요. 걸어서 얼마나 걸리나요?" 처럼 구체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이런 질문 능력(질문을 할 수 있는 그리고 만들수 있는)을 갖추는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알카텔 루슨트에 계신 최석진상무님께서도 젊은 시절 많은 여행을 다녀봐야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견문을 넓히는 것도 좋지만 이러한 능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진다는 측면에서

젊은이에게 여행은 정말 중요하고 유익하다. 그런데.. 자주 못가.. 돈이 없어서.. 흑흑..



홍콩스런 분위기에 놓여있는 오토바이를 발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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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오랜 기간을 걷고 걸어 드디어 홍콩 이과대학에 도착했다.

일단 대학로(성대근처가 아니라, 대학근처를 뜻함)가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선 대학이 생기면 응당 술집, PC방, 당구장 같은 유락시설(?)들이 대량 동반 생산되는데.. 참 신기했다.
 

정문을 지나서 들어가보면 상당히 깔끔했다. 마치 회로기판 처럼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고

건물도 붉은 벽돌에 흰색 글씨로 이름이 씌여있는 방식이 동일해서 공무원분위기가 물씬~

그래도 건물내부에는 곳곳에서 우리나라 대학과 유사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돌아다니다가 수십명의 학생들이 단체로 네박자 게임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매우 단순한 게임도 실수하고 별 것 아닌 것에 까르르 웃는게.. 역시 대학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박자 게임 20년 경력의 배테랑 실력을 보여주고 싶었으나 복학을 해도 두번은 했을 나이에

추태부리고 싶지 않아 조용히 흐믓해(므흣 아님.. ㅡㅡ;) 하면서 지나가면서 젊음을 부러워했다.




그냥 조용한 그리고 참 범생같은 이공대학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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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홍콩의 신호등 이야기를 하면, 꽤 시끄럽다.

물론 청각장애인을 생각하면 그 기능이 매우 훌륭하다.

현재 남은 시간에 따라 알람의 박자가 달라진다.

불편한 사람들을 위주로 생각하는 홍콩의 모습이 부러웠다.

우리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 조금만 불편하면 모두 편하게 살텐데..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산책로 표지를 발견해서 따라 들어가 봤다.

잘 조성된 산책로가 길게 뻗어있었다. 개를 데리고 나온 노부부가 여행객이냐면서

홍콩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는 즐거운 인사를 보냈다. ^^



20여분간 산책로를 거닐면서 질좋은 산소를 잔뜩 들이 마셨다.

그런데..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지는데.. 어.. 이럼 곤란한데..



그래도 다행히 몇방울 떨어지더니 이내 그쳤다. 휴우..




돌아다니던 길에 영주/영민이 그리고 고은이에게 줄 캐릭터 시계를 하나씩 사고..

천천히 침사추이 지역으로 내려오면서 여기 저기 둘러보며 홍콩의 모습을 렌즈와 마음에 담았다.




영화 <중경삼림>에서 소개되었던 청킹맨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건물들이 이어진다.







다시 침사추이 지역, 이번엔 수영장이다~!

구룡공원에서 유일하게 유료로 사용하는 시설은 바로 수영장이다.

이번 여행에서 혼자서 즐기는 뭔가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에 만든 이벤트 1번은 극장가기, 2번이 바로 수영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부터수영복을 준비해왔다. ^^;





수영장은 상당히 좋았다. 실내풀장 1개, 실외풀장은 2개였고

특히 실내풀장은 풀장이라기 보다는 거의 경기장 수준이였다.

최고 깊이가 2미터가 훨씬 넘었고 길이도 50미터 그리고 관중석까지 마련되어 있어서

2번 왕복하고 나니 힘에 부쳐서 실외 풀장에서 유유자적하게 수영을 즐겼다. ^^;;











이제 오늘의 두번째 목적지인 몽콕을 향했다.

이번엔 지하철을 탔다. 왜냐.. 조금씩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으니까.. 벌써.. ㅠㅠ

여행책자에서 몽콕은 약간 동대문필이 느껴진다고 했다.

밀리오레같은 상점들이 밀집해서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나..

정말.. 중고생들이.. 쫘~악~

그중에 어떤 건물에 들어갔더니 이렇게 사람들이 바글바글 몰려있는 가게가 내 눈에 띄였다.

사진기를 머리위에 들고 찍어봤더니..



다양한 재료와 소스를 고객이 골라 한봉지 넣어서 먹는 요리였다.

먹고 싶기는 한데.. 한문도 모르고.. 무슨 맛인지도 몰라서 계속 망설이고 있다가

용기를 내서 옆에 있는 여학생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처음 외국인과 대화를 하는 듯, 재미있다면서 나에게 이것 저것 소개해주고 내 의사를 묻더니 한봉지 뚝딱 만들어 줬다.

게다가 ladies' market 위치도 친절하게 그 앞까지 데려다 줬다. 정말 고마웠어요~ ^^



문어와 소면 그리고 간장소스가 주를 이뤘는데.. 상당히 맛있었다. ㅋㅋ

맛난 요리를 먹으면서 ladies' market을 돌아다녔는데..

난 여기서 세계화를 실감했다.

어째.. 모든 상품이 일본 아니면 미국 캐릭터/브랜드/디자인이란 말인가..

옛날 청계천 상가 또는 도깨비 시장이 지금도 있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온갖 짝퉁 상품에 카탈로그까지 버젓이 놓고 판매하는 모습이..

이게 우리나라만 그런게 아니구나.. 싶었다.









이제 홍콩여행의 마지막 코스~

홍콩의 젊은이들이 모이는 지역으로 약간 강남필(?)이 난다고 소개한 코즈웨이 베이!!

소고백화점을 비롯한 주변 상가들이 약간은 고급스럽긴 했다.

여기에서 성준이에게 줄 선물로 핸드폰 고리를 샀는데.. 이건 made in japan 이였다는거..

여기도 세계화의 물결이.. 털썩.. ㅡㅡ;




어느덧 해가 지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체크아웃은 아침에 했지만 짐이 많은 관계로 잠시 복도에 짐만 맡겨 놓았다.

고맙게도 짐을 잘 정리해서 맡아 주었다.

한국인보다는 유럽인들이 많이 온다는 곳.. 혼자서 여행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






꽤나 오래된 건물이라는 느낌을 처음부터 받았던 낡은 엘리베이터.. 이젠 그립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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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으로 가기전에 마지막 식사는 맥도널드에서 했다.

조용히 햄버거를 먹고 있는데, 20살은 되어보이는 사람이 생일파티를 하고 있었다.

10여명의 친구들과 꼬깔모자를 쓰고서.. 대략 난감한 모습..

또 다시 발동한 호기심에 옆에 여자 2명에게 물어봤다.

제가 한국에서 와서 그런데요.. 라고 했더니..

눈이 두배는 커지면서 한국? 한국! 자기는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며 막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궁'에 출연하는 남자배우부터 '비'까지 다양한 연예인 이름을 막 말했다.

그래서 우선, 당신이 알고 있는 한국남자와 비슷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홍콩 젊은이들은 맥도널드에서 생일파티를 하냐고.. 그랬더니..

하기는 하는데 저사람들은 조금 과장되게 한다는 설명을 해줬다.

하지만 우리의 한류대화는 여기서 계속 이어졌다.

Iris는 연대에서 남동생이 공부를 하고 있다면서 한국에 대해서 이것 저것 물어봤고

Winsome은 영어를 잘 못한다면서 오늘 자기가 생일이라고 했다. ^^;;

10여년전 장국영과 유덕화 그리고 주윤발 형님들에게 매료된 한국의 아가씨들처럼

그리고 그 영향이 지금도 상당히 홍콩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으로 작용했듯

오늘날 홍콩의 아가씨들이 한국의 연예인들에게 갖고 있는 호감이 한국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길 바랬다.

두 학생 덕분에 공항으로 가는 매우 저렴한 방법을 알게 되었다. ^^;

그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침사추이역에서 MTR로 Tung Chung 역까지 간후에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된다.

그리고 한국으로 보낼 국제우편까지 염치없이 부탁했는데 (그것도 수고비 없이) 그것도 잘 들어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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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가본 해외여행.. 약간은 우발적이고 계획도 준비도 조금 부족했지만..

마카오, 디즈니랜드, 오션파크 등.. 못 간 곳도 많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게 기쁘고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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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만에 여행기를 종료한 나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한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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