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17일 토요일

잠시 백수가 되어 다녀온 홍콩! - 셋째날

셋째날.. 오늘 아침엔 기필코 태극권을 배우리라 다짐을 했는데..

제시간에 맞춰 일어나보니, 하늘에선 비가 주륵 주륵 내리고 있었다.

흑흑.. 정말 협조 안되는 구만.. 하면서 그래도 일어나야지~ 하면서 자리를 박찼다.

약간은 늦은 출근시간.. 밤새 내린 비라서 아침엔 우산을 들고 나올법한데..

우산을 갖고 다니지 않는 궁극의 귀차니스트들이 많이 보였다.

나름 운치있는 비오는 홍콩거리..




하지만 사진을 찍을 땐 정말 내 모습은 마치 바이올린처럼 우산을 턱에 괴고서 화각에 우산끝이 보일까 걱정하는..

누가 봤다면 정말 웃겼을게야. ㅡㅡ;




아침밥은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로 먹어보자는 생각에.. 하버시티를 향해 걸어갔다.

하늘에선 한두방울 비가 내리는데.. 멀리서 파란 하늘 한조각이 빼꼼히 고개를 들었다.

그래~ 그렇지~ 왠지 식사를 마칠때면 하늘이 점점 맑아질 듯한 기분 좋은 예감이.. ㅋㅋ



맥도날드와 마찬가지로 세계 어디를 가든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는 똑같겠지?

그런데.. 왜 난 외국에 와서 스타벅스와 맥도널드를 들리는 걸까..

전혀 새로운 곳에서 한국의 일상생활을 즐긴다는 것도 나름 신기한 경험일테지만..

앞으로 외국에 다시 나간다면.. 왠만하면 하지 말아야지.. 게다가 요즘은 별다방도 거의 가질 않으니.. 너무 비싸요..ㅠㅠ



식사를 하면서 옆에 있는 직원에게 오늘 날씨가 어떻겠느냐고 물어보니..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를 몇마디 하다가.. 핸드폰으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더니 나에게 불쑥 내밀었다.

알고보니 날씨안내 서비스였다. 나역시 음.. 좋은 말이군.. 하면서 알아 듣는 체를 했다.. ㅠㅠ

모든 내용을 듣진 못해도 오늘 날씨가 오후엔 개인다는 건 정확히 들어서 다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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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의 일정은 거의 쇼핑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엄마가 사달라는 핸드백, 성준이가 사달라는 홍콩스런 기념품 그리고 나를 위한 선물.. 아빠는 찾다보면 있겠지..ㅡㅡ;

우선 하버시티부터 시작하자.. 근데.. 너무 넓다.. 한층만 둘러 봐도 30~40분은 족히 걸리니.. 에휴..

우선 내 눈에 확들어온 것은.. 폴로 매장~ >ㅁ< 30%정도는 저렴하니.. 도저히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셔츠를 고르고 있는데.. 귀에 익숙한 한국어가..

"잘 어울릴까 모르겠네.. 근데, 이거 한국에선 얼마지?"

나의 입은 자동으로 움직였다. "육만 오천원이요." 헉.. ㅡㅡ;;

"아~ 한국에서 오셨어요? 와~ 혼자서 다니시네요."

왠지 옷가게에서 너무 오랫동안 체류하면 안될 듯 하여.. 셔츠 두개를 사고서 후다닥 나왔다.

그리고 문득 지나친 음반가게에서 지혜누나를 위해 CD하나를 샀다.

홍콩음악도 모르고 홍콩가수도 모르니.. 점원에게 최근 유행하는 노래로 추천해달라고 했다.

부디 취향에 맞길 바라면서.. (나중에 들었는데.. 누님께서 좋아하셨다는 소식이.. ^^;)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어느새 11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고 다시 밖에 나와보니 하늘은 개어 있었다.

홍콩서 사려고 별렀던 아이템중에 하나가 신발이였는데.. 운동화는 도저히 맘에 드는게 없어서

결국 편하게 신을 수 있는 ROCKPORT에서 45%할인 가격에 눈이 뒤집혀 덜컥 2켤레 구입하시고

쇼핑백이 너무 많아져 다시 숙소로 들어왔다. 헐.. 크레이지 쇼핑이라는게 이런거구만..

시간은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어버렸고 이번엔 숙소 바로 아래에 있는 식당에서 닭고기를 넣은 볶음면을 시켰다.



생각보다 맛도 좋고 특히 국물맛이.. 음.. 생각하니.. 군침이 도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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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스탠리를 갔다가 몽콕에 들리는 일정으로 잡았으니 본격적으로 돌아 다니기로 했다.

침사추이역에서 센트럴방향으로 MTR을 타야한다.

잠깐 홍콩의 지하철 풍경을 담아보면.. 유난히 '쵸콜릿폰' 광고가 많다.

김태희광고뿐만 아니라 현빈, 다니엘까지 한국서 보던 그 모델들이 거의 같은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모든 역은 스크린 도어가 있고 언제 개통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스탠리를 가려면 센트럴로 그 근처에 있는 익스체인지 스퀘어 버스 터미널에서 6번 또는 6X번 버스를 타야한다.

운좋게 출발직전에 있는 버스를 탔는데, 맨 앞에는 돈 많아 보이는 아주머니들과 그분중 한명의 아들 그리고 가이드가 있었다.

음.. 운이 좋구만.. 하면서 시선을 차창밖으로 귀는 가이드의 설명에 집중했다.

"여기가 바로 장국영이 자살한 호텔이예요. 홍콩에서 유일하게 발코니가 있었는데.. 지금은 대 공사중이지요."

"홍콩 경찰은 잘 보이지 않지요. 근데, 교통 사고만 나면 어디서 왔는지.. 우르르~ 몰려오고 우선 7명정도는 되야  조사를 시작합니다."



30분 조금 넘어 리펄스 베이를 지나서 스탠리에 도착했다.

여행안내책에서 이야기한 해변을 끼고 늘어선 유럽풍의 노천카페를 상상하면서 스탠리 마켓을 들어갔다.

아직도 날씨가 변덕스러워서 한 두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우산을 들고 다니기엔 조금 부족했지만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엔 충분했다. 협조 안하는 날씨!! ㅡㅡ*

스탠리 마켓은 좁은 골목에 여러가지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국내산(홍콩 기준) 이외에도 외국사람들이 살법한 식료품가게까지..

아무래도 외국인들이 모여사는 곳이기 때문에 이런 모습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졌으리라..







1864년 지금의 센트럴 중국은행 자리에 있던 식민지 시대 건물을 그대로 복원해 놓은 머레이 하우스는

영화와 CF에서 주로 나온다는데.. 윗층엔 태국 레스토랑이 있었다. 물론.. 나에겐.. 먼 이야기 일뿐..

식당안에선 분위기 있게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 매우 부럽.. ㅠㅠ

하지만 2층에서 보이는 스탠리의 풍경은 나에게도 주어졌다. ^^










정말 내가 유럽에 온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정도로 관광객도 많고 독특한 분위기의 노천카페가 있었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의 기분을 업시켰다. ^^



스탠리 구경을 마치고 다시 센트럴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은근히 오랫동안 버스를 기다렸다.

여행지에선, 특히나 해외에서, 버스가 오랫동안 오질 않으면 은근히 불안해진다.

왜 안올까.. 혹시 내가 엄한 곳에서 기다리는 건 아닐까.. 막차가 끝난걸까..(시간이 오후 3시인데.. 오바다.._)

게다가 영어를 하는 사람마저 주변에 없다면 체감시감은 매우 증가한다. 뭐.. 영어를 한다해도 나와 할 수있는 말이 많겠냐만은..ㅋㅋ

생각보다 오랜 기다림후에 버스가 왔고.. 나를 센트럴로 데리고 갔다. 근데.. 비가온다.. 아~ 협조 안되는 날씨!!



혼자서 다니는 여행의 가장 큰 특권은 내맘대로 다닌다는 것!

그렇다면 혼자서 다닌 다는 것을 만끽할 수 있도록 나는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그것은 바로 영화관람!! 두둥!! 누가 여행지에서 그것도 해외에서 영화를 보겠는가.. 뭐.. 사실.. 많다. ㅡㅡ;

여행은 쉼이라지만 해외여행은 절대 그렇게 될 수 없다. 게다가 나처럼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는 시간은 언제나 부족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처럼 뺑뺑이를 돌아야겠는가.. 나에게도 편안하고 안락한 시간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FC건물 안에는 멀티 플렉스가 있는데 난 오늘 이곳에서 '일본침몰'을 한국 개봉전에 보기로했다.

한국사람이 중국에서 일본영화를 본다. 정말 의미깊지 않은가? 아니라면.. 머.. 어쩔수 없지..



'일본침몰'은 예상보다 재미있었다. '침몰' 나에겐 다소 멀게 느껴진 사건이지만,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는 생각은 했다.

원조격인 소설은 당시 일본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고 한다. 이소설 발표후에 해외 이민이 급격히 증가했다니..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왠지 재미있는 캐릭터로 기억되는 초난강씨의 멋진 연기가 감동적이였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건 천명훈을 닮은 듯한 박사님.. ㅋㅋ



들어오는 길.. 나름 피곤하다.. 안 피곤할리 있겠는가..

홍콩의 지하철 마지막 모습! 이곳의 지하철은 각 차량마다 구역이 나뉘어 있지 않고 통로가 개방되어 있다.

만약의 사고를 대비한 듯 한데.. 안전을 생각하면 좋지만.. 바람이 솔솔~ 왠지 따뜻해서 졸립기까지한 2호선이 그립다.



그리고 다시 침사추이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를 영화때문에 건너띄어서 상당히 배가 고팠다.

이번에 내가 선택한 메뉴는 디저트를 배부르게 먹기로 했다.

우선  망고와 각종 열대과일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정말.. 맛있었다.. ㅠㅠ



그리고 이번엔 알로에젤리와 망고주스를 시켰다.

빨대가 정말 넓었는데.. 그 넓은 빨때로 알로에 젤리가 올라와서 목구멍을 넘어가는 순간..

윽.. 생각만해도.. 그 때의 감동이..





이날 여기서 대만인 Cheng Kai Chung 씨 가족을 만났다.

서로 잘 되지도 않는 영어로 인사를 하고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한국 드라마를 즐겨본다고 했다.

어린 아들과 딸 그리고 처제와 함께 홍콩에 놀러온 Kai씨는 정말 착하게 생긴 아저씨였다.

선물로 엽서를 줬더니 정말 대단하다 고맙다고 면서

자신의 주소와 핸드폰 번호까지 알려주면서 대만에 오면 꼭 연락을 하라고 했다.

(지금도 우리는 메일로 서로 안부를 전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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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를 가든 좋은 사람은 항상 있는 법..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여행이 주는 선물이다.

언젠가 한국에 오는 외국인에게..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이웃에도 서로 좋은 선물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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