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16일 금요일

잠시 백수가 되어 다녀온 홍콩! - 첫째날

2006년 8월 22일 새벽 4시반.. 아직 새벽이라고 부르기에도 미안한 시간에 알람이 울린다.

어제, 정확히 말하면 3시간 전에 잠이 들어서 인지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을 알리는 첫걸음이 반갑지 않다.

아침식사는 간단하게.. 사과, 바나나, 우유, 미숫가루.. 배부르다.. 하고선 집을 나섰다.


집앞에서 탄 택시는 미친듯이 새벽길을 달린다. 미터기가 마치 100분의 1초 시계처럼 빠르게 내려간다.

청량리역에는 5시부터 15분 간격으로 공항까지 가는 버스(8,000원)가 있다.

지난번 유럽여행때에는 한국돈을 챙겨가지 않아서 결국 집에있던 동생을 불러냈던 안타까운 기억이 살아났다.

뭐.. 처음이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해두자. ㅋㅋ

5시반에 청량리를 떠난 버스는 1시간 반 남짓 달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어학연수를 떠나는 듯한 청년, 유학가는 딸을 공항까지 배웅하려는 가족..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다.





오랜만에 만난 인천공항은 여전히 바쁜 사람들로 가득했다. 항상 깜빡깜빡하는 정신머리 덕분에

공항에서 여행 보험에 가입하고 부랴 부랴 국제전화카드를 샀다.

1만원 카드가 모자라서 나중에 콜렉트콜을 했다는.. ㅡㅡ;;



시간여유가 조금있어서 공항 이곳 저곳을 둘러다녔는데, 투명한 쓰레기통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일반적인 쓰레기통의 디자인은 눈에 띄면서 내용물이 보이지 않는 색상과

관리하기 편한 외형을 지녀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만약에 있을지 모르는 위험을 방지하는 기능 더 중요할 듯..

고객의 상황과 사용목적을 조금 더 생각한다면, 기존의 틀을 벗어날 수도 있고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시작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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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폭탄테러 미수사건 이후 미주쪽 출국수속이 상당히 번거롭고 길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에 비하면 홍콩쪽은 신발까지 검사하긴 했지만 상당히 간편했다.

출국신고를 하면서 오랜만에 만든 나의 여권에 다시 도장찍기 놀이를 시작했다.

(사실.. 도입부를 꽤나 길게 썼는데 컴퓨터 오류로 날아가서 매우 짧게 줄였다. ㅠㅠ)

8시 4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는 둥실 떠올라 어느덧 하늘위를 날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내식 시간이 왔다~!





대한항공을 선택한 이유중 하나, 사실 단 하나는 바로 대한항공 비빔밥을 먹기 위해서 였다.

비빕밥이 세계에 알린 큰 공헌을 했다는 그 비빕밥을 정말 먹고 싶었다. ^^

갖은 야채와 튜브형 고추장, 참기름, 약식까지.. 아침까지 굶었던 터라 밥맛은 정말 좋았다.





식사를 끝내고 나선 아직 완전히 익히지 못한 홍콩여행가이드 책을 읽고 확인하고 표기해뒀다.

유럽여행때 가장 아쉬움으로 남았던 가이드 책만 따라가기를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어째 불안하다.

마치 기말고사를 앞둔 학생처럼 책을 읽었던 탓인지 어느덧 비행기는 홍콩에 도착하고 말았다.





3박 4일 여행에는 가방이 두개(짐가방, 카메라가방) 그리고 삼각대(4kg, 딱 k-2 정도..)까지.. 고생문이.. 보인다 ㅠㅠ

그래도 이녀석을 매고 한라산을 정복했던 내가 아닌가.. 가자!!





홍콩국제공항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그닥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외국 나오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지 않던가. ^^;;

인터넷으로 예약해뒀던 게스트 하우스에 전화를 하고 (홍콩 지역내에선 무료) 버스를 타기 위해 공항밖을 나왔다.

그순간.. 촉촉한 동남아의 기운이 나의 볼을 스치고 온몸을 감싸버렸다.

내가 예약한 guest house는 침사추이역 부근에 있어서 안내서에 나와 있는 대로 A21번 버스를 타기로 했다.

운이 좋게 버스는 찾기 쉬운 자리에서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2층버스라서 나는 당연히 2층 앞자리로 향했는데, 이미 4자리 모두 한국여행객으로 추정되는..

한국말을 쓰고 있으니 추정이고 나발이고 없었다. 2명씩 짝을 이뤄 여행온 여성분들로 가득 매웠다.

벌써부터 디카로 서로를 찍어 주기 바쁘신 분들은 버스가 출발하지 더욱 큰 소리로 홍콩에 대한 감격을 발산하셨다.

한국말을 하면 매우 어색해 질 듯 하여 난 조용히 하기로 했다.

덕분에 내가 정말 여행지에 온듯한 느낌이 들었다. ^^;





공항을 빠져 나오는 길에 동남아에 당연 있을 법한 야자수를 보면서 앞에 있는 일행 중 한명이 하는 말..

"야, 꼭 제주도 같아." 사실.. 나도 그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정말.. 가빠오는 호흡을 진정시키느라 힘들었다.

홍콩의 모습이 조금씩 눈에 들어올 때마다 나는 아이처럼 차장에서 시선을 고정시켰고 셔터는 바쁘게 돌아갔다.




침사추이역 부근 cameron road에서 내리면 된다고 했는데, 40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출발을 언제했는지 까먹었다.

결국 아랫층 버스기사 아저씨께 목적지를 말씀드렸는데..

근처에 이르자 기사아저씨께서 윗층에 올라와서 나에게 다음에 내리면 된다고 말씀을 해주시는 거다.

정말.. 운전은 우리나라 못지않게 조금 험했지만.. 기사아저씨의 친절에.. 감동이.. ㅠㅠ

어렵지않게, 생각보다, 숙소를 찾고서 짐을 풀고 바로 출동이다!!




홍콩 여행중에 내가 가장 많이 지나갔던 Nathan road. 무성한 나뭇가지에 햇살이 정말 인상적이였다.

사진으로 볼때 오른편에 위치한 구룡공원은 정말 서울시민(당시엔 나도 서울시민이였다)에겐 부러울 따름이였다.





우연히 내 눈에 들어온 간판은 바로 Swindon Book, 책방이였다.

그 첫번째 이유는 내가 일하게 될 출판쪽에 대한 관심의 발로였고, 두번째는 엽서를 보고 위해서 였다.

여행지에서 절대 사면 안되는 물건 중에 하나가 바로 기념 엽서지만 난 꼭 봐야 하는 기념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전문 작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작품(때론 황당한 것들도 있다)을 통해

사진찍기 좋은 장소, 구도, 기법을 공짜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여기가 어딘지 내가 가야할 곳이 어딘지도 모르고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유럽여행에 대한 기억이 강하게 남아서 왠지 대중교통 수단을 사용하면 안될거 같았다.

정말 바보같은 생각이였다. 다음에 다른 도시로 여행을 하게 된다면 대중교통 수단을 충분히 활용할 것이다. 반드시!!

Sailsbury Road를 지나 스타페리호 선착장을 지났다.



스타의 거리를 지나서 다시 Nathan Road로 돌아오는 길 어느덧 출출한 기운이 나를 감쌌다.

홍콩에서 반드시 맛 보아야 한다는 딤섬, 오늘 점심은 바로 너다!

유일하게 읽은 홍콩 가이드북에서 강력하게 추천한 딤섬집에 들어갔다.



홍콩에선 왠만한 가게도 종업원의 안내를 받고 들어가야 한다고 배웠지만.. 소용없다.

그냥 들어가다가 왠지 모를 이상한 분위기에 정신챙기고서 내 자리를 찾아 앉았다.

메뉴판을 보니 완전.. 헉이다. 모두 한문.. 내가 아는 거라고는 고기, 생선 등 알아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행히 여행책자에 중국어 발음으로 추천요리가 있어서 난 손짓발짓을 동원해가면서 딤섬 3접시를 시켰다.



처음으로 중국에서 중국차를 마시는 영광스런 시간이다. ㅠㅠ

왼쪽에 있는 접시는 먹는 그릇을 받치는 용도이며 오른쪽에 있는 황금숟가락은 음식을 덜때 사용한다.

한국에서 처럼 저 숟가락으로 먹으면 주변사람들이 살짝 놀랜다고 하니 조심해야겠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맛본 딤섬은 정말 맛있었다.

왼쪽부터 소개하면 다진새우를 계란옷을 입혀 만든 시우마이, 통새우를 넣어 만든 하까우, 닭발 양념 딤섬 펑자우다.



이 가게가 silver cord라는 쇼핑몰 안에 있어서 천천히 둘러보는데




홍콩 여행 내내 나를 괴롭히는 단어를 여기서 처음 만난다. 그것은 바로!! final sale~!~!



정말 여행하는 동안 pop-up 배너가 계속 나오는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이였다.

그 유혹을 견디기는 정말.. 힘들었다.. 결국 여러번 나의 카드 신공으로.. 그 후유증은 지금도.. ㅠㅠ

silver cord 바로 앞에 있는 harbor city에선 홍콩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서점 체인점 page one을 가고 싶었다.





harbor city를 지나 다시 스타의 거리를 다시 찾았다.



홍콩섬과 구룡반도 사이, 홍콩하면 떠오르는 장소, 그 유명한 강변같은 바닷가에 왔다.

하늘이 조금 흐려 사진찍기엔 좋은 날씨가 아니였다. 먼저 이야기 하자면 여행 내내 사진에 협조적인 날씨는 없었다. ㅠㅠ



홍콩의 백만불짜리 야경을 만드는 이 거리에는 많은 홍콩배우의 이름과 손도장을 모아서 스타의 거리로 만들었다.

마치 헐리웃 또는 충무로처럼, 마지막 즈음엔 손도장이 없는 장국영의 이름이 안타깝게 놓여있다.



내친김에 홍콩섬에 가보기로 했다. 스타페리호만 타면 무조건 홍콩섬에 가는줄 알고서 무작정 올랐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은 스타페리호가 완차이행과 센트럴행 이렇게 두곳으로 목적지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이것때문에 길을 잃고 첫번째 택시를 타게되었다. ㅡㅡ;

스타페리호를 타고서 홍콩섬으로 가면서 처음 홍콩의 노을을 보았다. 매추리알만한 태양이 바다속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동남아의 화려한 주변경관을 기대했는데.. 흐린하늘, 어설픈 노을.. 협조를 안해주는구나..

약 10여분정도 배를 타고서 내린 곳은 완차이(이것도 나중에 알았다)에 내렸고

지나가는 행인을 수십차례 붙잡아 물어물어 센트럴에 도착했다.

2003년 유럽여행 이후 정말 오랜만에 보는 트램이 정말 반가웠다. ^^







정말 빌딩숲이라는게 바로 이것이다라는 생각외에는 별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다양한 모습의 빌딩, 아시아에서 가장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은 도시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건물하나를 세울 때도 디자인이 건축허가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고 있었다.

정책하나라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고 상호이익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행정가를 뒀다는게 부러웠다.





센트럴 지역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저녁식사시간이 한참 지나있었다.

이젠 관광이고 뭐고 새벽에 일어난 피로감에 10시간째 걷고 있는 근육통 그리고 잘 느껴지지도 않는 공복감까지..

얼릉 배타고 숙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였다. 그래서 스타페리승선장을 찾는데,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트램을 붙잡아 타고서 기억을 더듬어 가다가 결국 앞에 있는 아저씨에게 물어봤더니 벌써 지나쳤다는 것이다. ㅠㅠ

일단 트램에서 내려 바다쪽으로 향해 걸었다. 어느새 배고픔은 잊혀진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던중 나의 시선을 사로 잡은 것은 도심속 아스팔트 축구장과 농구장이였다.

평일 밤 도심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축구, 농구를 하고 구경을 한다는게 신기했다.

조기축구회정도로 추정되는 팀들이 경기를 하는데, 대충 분위기는 우리와 비슷하다. ㅋㅋ



축구장 옆에선 농구장이 4개나 설치되어 있었다. 정말 이렇 동네서 살고 싶다.



잠시 동안 사람들의 웃음과 몸짓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속에서 동남아 특유의 낙천성을 발견한 듯 했다.

그러나 이런 감정도 허기짐과 피로를 이겨내기 힘들었다. 결국 첫번째 버스를 잡아 탔다.

홍콩 택시는 모두 도요타로 동일한 모델만 있는듯 했다. 그래서 기사아저씨께 그 이유는 여쭤봤더니,

아저씨 말씀으로는 이 자동차가 유일한 LPG모델이라 운영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란다. 믿거나 말거나.

유럽여행하는 동안 한번도 올라본적 없는 그 택시, 내 기억으로는 첫번째 외국택시였다.

아마 쓸데없는 질문을 해본것도 첫번째 택시에서 단지 타고 내린 기억밖에 없으면 조금 서운했을텐데

좋은 기억, 재미있는 기억을 갖게 되었다.

사는 것도 이렇게 주변사람들에게 다가가고 물어보고 그것들을 통해 배우고 알게되고 깨닫는 게 많은 것 같다.

물론 이건 꽤 힘든 과정이다. 하지만 난 잘 할 수 있다!

우여곡절끝에 스타페리에 오르고 다시 구룡반도에 도착했다. 결국 첫날 저녁은 영원한 세계인의 식사, 빅맥세트로 주문했다.



광고지 위에 한문이 많이 쓰인것 외에는 서울 빅맥과 동일하다.

홍콩에 있는 여느 식당과 다른 점은 합석을 하지 않고, 넵킨을 준다는 것.. ^^;

다시 숙소로 걷는 동안 다리가 점점 무거워져 가고 있다.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하고 숙소에 이르면서..

여행기를 작성하기 위해서 종종 적어놓은 메모와 영수증들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든다.

천근만근인 다리를 주무르면서 내일 계획을 짜본다.

내일은 아침에 태극권을 배우고, 라마섬에 들렸다가 빅토리아 파크에 들려야 겠다라는 야무진 계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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