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6일 월요일

홍익출판사를 떠나면서..

홍익을 떠나면서..

지난해 7월인가.. 참 연락하기 힘들었던 주간님을 만났다.

어차피 전자책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런 저런 이야기나 하다가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화는 예상보다 재미있었고, 그 일이 나를 이곳으로 오게 하는 발단이 되었다.

기획과 마케팅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나는 2006년 9월 1일 이곳에 왔다.


1년이 다 되어가는 엊그제, 퇴사하고 싶다는 말씀을 주간님과 사장님께 드렸다.

생각보다 부드러운 분위기였고, 다른 직원들은 매우 놀랐다.

약간의 시간을 지연시켜보자는 중재안이 나왔지만 서로 알고 있었다. 내가 받아들이지 않을 거란 것을..


지난 1년간 진행했던 일이 마무리되는 오늘.. 나는 할 일이 있던 것은 아니였지만,

근 1년간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마무리를 보기 위해서 출근을 했다. 예상대로 사장님이 계셨고,

예상대로 절충안에 대한 사장님의 말씀이 쏟아졌다. “너는.. 네가.. ”라고 시작하는 말씀이 주였다.

나에게 의무감, 책임감 그리고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다.


“더 이상의 협상 여지가 없냐?”라고 수차례 물어보신 사장님께.. 나는 “현재로선 없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 순간.. 사장님의 얼굴빛이 변하고, “그럼 지금 짐싸. 당장 나가.

어른이 이렇게 이야기하면 알겠다고 하면서 수그릴 줄 알아야지. 10분 내로 짐싸서 나가!”

서류는 그대로 놓고, 명함집과 몇 가지 개인용품을 비닐백 3개에 담아서 나왔다.

주간님과 디자인 팀장님 그리고 막내 디자이너에게 죄송하다, 건강하시라는 인사와 함께.. 조용히..


비가 많이 내렸다. 마치 3류 드라마에서 살수차를 동원해 선보이는 장면처럼.. 주륵주륵 내렸다.

한 블럭을 모지나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비가 조금 줄어들면, 그때 나가야지 하는 생각에..

잠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앉아 사람들에게 마지막 안부 문자를 보냈다.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안 좋은 기억은 잊고 좋은 기억만 가져달라고.. 염치없는 마지막 인사를 그렇게 보냈다.


눈물이 났다. 왠지 모를 서러움에 눈물이 났다. 한참을 울고 나니 빗물도 눈물도 그쳐가고 있었다.

다시 문을 나섰다. 다시 세상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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