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8일 화요일

퇴근 길에 만난 안양행 할아버지..

10시 반.. 종종걸음으로 도착한 합정역 왠지 계단에서 빠르게 내려가야 할 것 같은 느낌!!
플랫폼에 막 도착한 지하철.. 역시~ 저는 운이 좋습니다. ^^

1호선 환승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1번 칸으로 자릴 옮겼습니다.
제일 앞 좌석에 앉으려는데 어떤 할아버지께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계셨습니다.

청소부 아주머니께서 "어디까지 가세요?"라고 묻자 할아버지는 뭐라 하시는데..
더 가까이 있는 저도 잘 들리지 않습니다.
답답한 듯한 표정을 짓고는 바로 아주머니는 아쉬워하면서 홍대역에서 내렸습니다.

이제 할아버지와 가장 가까이 있는 건 저와 반대쪽 아저씨..
왠지 불안한 마음에 저는 용기를 내서 할아버지께 여쭸습니다.

"할아버지, 어디까지 가세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대답하셨습니다.
"... 안양..어떻게 가는건지 잘 모르겠네.. "

허..억.. 여기는 홍대를 지나 신촌으로 가는 2호선.. 안양이면 1호선 거의 끝쪽 아닌가..
최단 거리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최소 환승 코스는 시청서 1호선으로 갈아타는 법이었습니다.
"할아버지, 여기 앉아계세요. 제가 댁에 가는 법 알려드릴께요."

아현역쯤 지나자 불안함을 느끼셨는지 좌우를 살피셨고, 시청역서는 문이 닫히는 순간 겨우 내렸습니다.
결국 할아버지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는데, "고마워..고마워.."를 연신 말씀하셨습니다.

구로역에서 환승을 해야하는데 도저히 구로역까지 모셔다 드릴 수가 없어서
갖고 있던 포스트 잇에 "안양역까지 갑니다. 가는 방법을 알려주시겠어요?"라는 메모와
뒷면에 '비상연락처 천성권 010-0000-0000'이라고 메모를 할아버지께 드렸습니다.

"할아버지, 이 쪽지 꼭 갖고 계세요. 열차 타신 후에 착하게 생긴 사람한테 보여주면
댁에 가는 길을 알려줄꺼예요. 아셨죠?"

때마침 도착한 천안행 열차, 할아버지께선 자리에 앉으셨고 저는 플랫폼에서 열차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려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아저씨가 쪽지를 보더니(그땐 좋았어! 했습니다) 뭐라 설명을 하고.. 할아버지께서 내리시는 겁니다. 그때 문이 확~ 닫혔습니다. ㅡㅡ;
[나중에 알았지만 그 열차(천안행)를 탔으면 바로 가실 수 있었습니다. ]

'왜 안갔냐'하시면서 걱정어린 눈빛으로 저를 보는 할아버지가 정말 걱정되었습니다.
지나가는 20대 남자청년을 붙잡고 안양에 가는 법을 물어봤습니다.
천안행이 끊겼을 시간이기 때문에 구로역에서 환승하는 방법만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구로를 지나서 집으로 가는 청년이어서 할아버지를 부탁드릴 수 있었습니다.

열차에 타면서 "고마워.. 나중에 만나.."라고 하시면서 저보고 어서 들어가라 손짓을 하셨습니다.
이제 11시.. 제가 집으로 갈 시간입니다.
.
.
살면서 받은 수많은 도움을 조금이나마 갚은 하루였습니다.
홍석이형 딸 '사랑'이가 맨날 달라고 조르는 칭찬 스티커를 오늘은 저도 제게 한 장 줘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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